*네이버 오늘의 캐스트를 그대로 퍼옴...
 (꽤, 아주 많이 흥미진진한 내용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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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장면에서 우리들이 다른 사람이나, 어떤 대상 혹은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 갖는 마음가짐을 사회심리학에서는 태도(attitude)라고 부른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그 사람 태도가 불량한데”라고 말할 때 쓰는 뜻보다는 훨씬 포괄적인 의미를 가진다. 어떤 대상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이나 지식과 같은 신념, 그 대상을 싫어하거나 좋아한다는 평가, 그리고 그 대상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하고 행동하겠다는 행동 경향성을 모두 포함한 것으로 사용한다. 예를 들어 한 국회의원 후보자에 대해 태도는 그 사람에 대한 여러 사실, 좋아한다는 평가, 그러기에 찬성투표를 하는 행동을 모두 나타낸다. 사회적인 상호작용의 밑바탕을 이루며, 그 특성을 결정하는 것이 바로 타인에 대한 태도라고 할 수 있으며, 사람들이 함께 해결해야 하는 여러 사회적인 이슈도 기본적으로는 태도의 문제가 된다. 더구나 여러 대상(예,  회사의 상품)에 대한 기존 태도의 변화나 설득도 중심에는 태도에 대한 이해가 자리 잡고 있다. 그러기에 사회심리학에서 가장 많이 탐구되어온 주제의 하나가 바로 태도라고 할 수 있으며, 태도 변화의 한 심리적 기제를 살펴보자.

 


사회심리학에서 태도는 어떤 대상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이나 지식과 같은 신념, 그 대상을 싫어하거나 좋아한다는 평가, 그리고 그 대상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하고 행동하겠다는 행동 경향성을 모두 포함한 의미로 사용한다 <출처: gettyimages>

 

태도와 행동의 불일치


우선 내적인 태도와 외적인 행동 혹은 행위와의 관계를 살펴보자.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자신의 태도와 실제 행동이 불일치하는 사회상황을 다반사로 겪는다. 비근한 예를 들어 방금 미용실에서 온 여자 친구의 기괴하게 보이는 헤어스타일을 말로는 멋지다고 하거나, 시험공부를 많이 했는데도 친구가 물으면, 괜히 잘난척하는 것 같기에, 별로 안했다고 대답하기도 한다. 태아가 생명체라고 생각하면서도 낙태 시술을 받는 경우도 있고, 환경파괴를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재활용품 수거에는 동참하지 않기도 한다. 그러면 이러한 불일치 혹은 상충된 요인들이 어떤 결과를 일으킬까? 태도가 행동 때문에 변할까 아니면 행동을 취소하는 즉 “사실은 그냥 말로만 그런 거야”라는 식으로 이미 한 행동을 취소하게 될까?

 

문간에 발 들여놓기 기법(foot-in-the-door technique). 작은 부탁으로 일단 승낙을 얻으면 큰 부탁에 대한 허락을 쉽게 얻을 수 있게 된다


우리들은 우리의 생각, 느낌, 행동들 간에 일관성을 유지 하려는 강한, 그리고 아마도 근본적인, 동기를 갖고 있다. 심지어는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 일관적인가를 판단하는 것이라고까지 생각할 수 있다. 어떤 새로운 내용이 사실인지, 정확한지는 예전 신념과의 일치 여부로 판단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일관성이 깨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선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들 대부분이 이런 불일치를 가지고 있기가 편하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그리고 이 불편함을 없애려는 시도가 일어나야 할 것이다. 사실 이를 교묘히 이용하여 다른 사람으로부터 내가 원하는 바를 달성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하면, 이러한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경향을 이용하는 방법의 하나가 소위 말하는 '문간에 발 들여놓기 기법(foot-in-the-door technique)'이다. 작은 부탁으로 일단 승낙을 얻으면 큰 부탁에 대한 허락을 쉽게 얻을 수 있게 된다.

 

미국에서 실시한 한 연구에서, 실험자들은 단독 주택의 집주인에게 자신의 집 앞마당에 흉측하고 볼품없게 만들어진 ‘안전 운전을 합시다’라고 쓰인 커다란 표지판을 세워도 되겠는지를 물었다. 17% 집주인만이 표지판을 설치하는 것에 동의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른 집주인들을 찾아가서 의회에 제출할 ‘안전 운전 증진을 위한 탄원서’에 서명해 줄 것을 부탁했고, 사실 노력이 드는 것도 아니며, 안전 운전이라는 기꺼이 동참할 필요가 있는 이슈이기에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하였다. 그리고 곧 집주인들에게 그 볼품없는 표지판을 설치해도 되겠는지를 물었다.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집주인들의 55%가 설치를 허락했다고 한다. 왜 한 번의 요구보다 두 번의 요구를 더 잘 들어 주었을까? 주인들의 마음속에서 일어난 과정을 독자들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방금

안전 운전이 중요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탄원서에 서명했는데, 표지판의 설치를 거절하는 것은 그들이 서명한 행동과 일관되지 않는 것이며, 불일치에서 생길 수 있는 불편함이 두 번째 부탁도 수락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인지부조화, 페스팅거의 실험

유명한 사회심리학자인 페스팅거(Festinger)는 이러한 통찰을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이론으로 체계화하고 여러 기발한 실험을 통해 이 이론을 검증 하였다. 인지부조화란 자신의 행동, 태도, 신념들 간에 불일치가 있음을 인식할 때 생기는 불편한 마음 상태를 지칭하며, 이를 줄이기 위해 행동, 태도 또는 신념을 변경시켜 이들 간의 일관성을 회복하도록 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음 구체적인 실험 상황을 보도록 하자.

 

페스팅거와 동료들은 한 연구에서 피험자들에게 다이얼 손잡이를 계속 방향을 바꿔가며 돌려야 하는 과제를 하도록 하였다. 독자들도 알아챘겠지만, 결코 재미있다고 할 수는 없는 과제였다. 피험자들이 지겨워할 때가 되었을 때, 실험자는 다음 피험자들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실험보조자인 대학원생이 사고로 실험에 오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이들 피험자들에게 실험에 참가해서 해야 될 과제가 아주 재미있는 것이라 말을 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실험자는 한 집단의 피험자에게는 부탁을 들어준 대가로 1달러를 지불하겠다고 했으며, 다른 집단의 피험자에게는 20달러를 주겠다고 제안했다.  모든 피험자들은 실험자의 요청을 들어 주었다. 실험자의 요청에 따른 후 피험자들에게 앞서 했던 다이얼 손잡이 돌리기 과제가 진짜로 어느 정도 재미가 있었는지를 보고하게 하였다.

 

독자들도 앞에서 언급했던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동기와 인지부조화 이론에 근거해 예측해 보기 바란다. 우리가 관심을 갖는 지표는, 지루했던 손잡이 돌리기 과제가 재미있는 과제로 내적인 생각 즉 태도가 바뀌었을 것인가이다. 피험자들의 태도, 즉 지루한 과제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을까? 1달러 받은 집단과 20 달러를 받은 집단이 차이가 있었을까? 어느 집단이 지루한 과제를 더 좋아하게 되었을까?

 


페스팅거의 인지부조화 실험에서 1달러 받은 집단과 20 달러를 받은 집단 중 어느 집단이 지루한 과제를 더 좋아하게 되었을까? <출처: gettyimages>

실험 결과는 불일치하는 행동(즉 과제가 재미있다고 말한)을 하고 1달러를 받은 피험자들이 20달러를 받은 집단보다, 더 큰 태도 변화 즉 손잡이 돌리기 과제가 재미있었다는 쪽으로 변화하였다는 것이다. 자신의 내적인 태도와 일치하지 않는 행동(발언)에 대해  적은 돈을 받은 사람들이 태도가 더 많이 바뀌었단 결과가 독자들은 이해가 되는지 모르겠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20달러를 받은 피험자들은, 다른 사람에게 재미없는 과제를 재미있다고 말한 행동을 정당화 할 수 있다. 즉 “돈을 그것도 20달러라는 큰돈을(실험을 했던 60년대 미국에서 20달러는 실험에 참여한 대학생 피험자들에게는 적지 않은 금액이었다) 받았기에 거짓말을 했다”가 되는 것이다 말하자면 돈이 인지부조화를 해소해 준 것이다. 하지만 1달러를 받은 피험자들에게는 인지적 부조화를 해소해 줄 수 있는 구실이 없는 셈이다. 해소 방법으로 행동을 취소하면 되지만, 즉 거짓말을 했던 사람들에게 찾아가 과제가 재미있다는 자신의 말이 시켜서 한 것이라고 다시 말하면 되지만 말했던 사람들을 어떻게 찾으며,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행동을 취소할 수 있겠는가? 사실 사회 상황에서의 이미 행한 행동을 다시 바꾸기는 쉽지 않은 작업이 된다. 그렇다면 인지부조화를 해소하는 방법은 자신의 태도를 바꾸는 것이 된다. “다시 생각해 보면 손잡이 돌리기가 재미가 있기도 했어”라는 내적 작용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조직에 대한 충성심을 기르기 위해 아주 심한 신고식을 치르게 하거나, 사이비 종교 집단이 신도들에게 맹목적인 신체적 봉사나 엄청난 돈을 헌납하게 하는 것, 유명 레스토랑에서 음식 값을 비싸게 하여 오히려 고객을 붙잡아 두는 것들이 말하자면 일관성을 유지하려고하는 우리의 인지부조화를 이용하는 셈이 되는 것이다.

 

 

참고문헌: Schachter, D. L.., Gilbert, D., & Wegner, D. (2009). Psychology. New York: Worth Publishers.

 

 

 

김영진 /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심리학 석사학위를 받고 미국 켄트주립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있으며 [인지공학심리학:인간-시스템 상호작용의 이해], [언어심리학], [인지심리학], [현대심리학개론] 등의 저작이 있다.
 

발행일  2011.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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